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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Q감성지능 마음의 양식


   미쿸드라마 <빅뱅이론>을 아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공계열의 대학생이거나 연구원, 과학자일 가능성이 짙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일반대중을 겨냥하기보다는 전적으로 이공계의, 이공계에 의한, 이공계를 위한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빅뱅이론>은 지적능력은 뛰어나지만 생활과 인간관계에는 서툴기 짝이 없는 네명의 칼텍 nerd들과 이들보다 지식은 떨어질지언정 일반적인 상식을 갖춘 금발미녀 페니가 만들어나가는 일상을 주제로 한 코믹물이다.  

  극중에서 천재 이론 물리학자로 등장하는 쉘든은 이미 일반인의 범주에서는 멀리 떨어진 네명의 공대남 중에서도 특히 괴짜에 속한다.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못하는 기억력의 소유자이자 11살에 대학입학, 16살에 첫번째 박사학위를 받는등 비상한 지적능력을 자랑하지만 자신의 감정과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능력하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의 연구와 학문적 주제들, 자연히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5살 꼬마보다 미숙, 끊임없이 주변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빅뱅이론>의 핵심 캐릭터다.    

(완소캐릭터 쉘든, 그의 어투마저 과학논문의 아카데믹한 문장의 문어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인간관계와 사람에 대해 스킬이 전무한 쉘든, 악의는 없지만 항상 이런식이다.)

  쉘든의 IQ는 무려 187, 인간지능의 가장 대중적인 척도인 IQ에 있어서는 상위 0.1% 이상을 랭크하고 있는 쉘든이지만 그를 "똑똑하다"고 말하기엔 뭔가 꺼림직하고 불완전하다. 그의 똑똑함엔 일상생활에서의 똑똑함,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데 있어서의 똑똑함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쉘든의 지적 천재성과 일상적 멍청함에 대해서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서는 IQ라는 개념만 가지고서는 부족하다. 뭔가 새로운 지적 능력의 척도가 필요한 것이다. 대니얼 골먼의 책 <EQ감성지능>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똑똑함을 일컬어 감성지능이라고 이름 붙인다. 

  감성지능은 크게 다섯가지 영역을 포함한다. 1) 자신에게 일어난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는 통찰력 2)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이용하는 능력 3)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 4) 다른 사람의 감정의 신호를 잡아내고 감정이입을 하는 능력 5)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유능함이 그것이다. <EQ감성지능>에서는 IQ라는 개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왔던 이러한 종류의 능력이 사회적 성공과 개인적 행복, 그리고 조직의 경영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높은 IQ는 친구 사귀는데는 별 도움이 안되는 듯)

  근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내용(뭘 이렇게 많이 썼나 모르겠다. -_-;)은 앞서 말한 감성지능의 5가지 영역에 대한 생리학적, 심리학적, 사회과학적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사실 좀 과하게 학문적이고 지루한 면이 있다. 하지만 책의 중간중간에 건빵 속에 숨겨진 별사탕처럼 등장하는 몇가지 개념과 문장들은 지루함을 참고 계속 독서를 이어나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감성지능의 가장 기본은 바로 자신의 감정의 일고 사라짐을 그때 그때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능력, 이것은 불교의 위빠사나 명상의 알아차림의 개념과도 어느 정도 닿아있다. 마음이라는 호수에 일어나는 감정이라는 파문에 휍쓸려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호수 바깥에서 이 파문의 동심원을 관조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모든 감정상태를 인식한 채로 하루를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들 무의식적인 감정의 작용으로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하고 한참 후에야 그 선택이나 행동의 동인이 바로 그 감정이었구나! 하고 깨달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런 감정인식능력이 아~주 아~주 부족한 케이스를 일컬어 alexithymia라 한다. 이 증상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구별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뛰는 등의 생리적 증상에 대해 말할 수는 있어도 자신이 초조하다고 느끼는 줄은 모른다. 쉽게 말해서 자신의 가슴이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감정적 벙어리인 것이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감정표현불능증 환자들은 자기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특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겐 감성지능, 자기인식이라는 기본적인 능력이 완전히 결여돼 있다. 그래서 감정이 마음에서 넘실거려도 그것을 알지못한다."  <EQ감성지능> p.106 
  Alexithymia 환자는 지가 행복한 줄도 모른다. 이 더러운 세상
  
  고백컨데 사실 나는 이 alexithymia에 대한 책의 부분을 읽고 가슴이 뜨끔했다. 나 역시 내 가슴이 하는 이야기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많이 외면하고 살아오지 않았나..하고 스스로 어렴풋이나마 느끼던 시기에 그것을 지적하는 내용을 읽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평소 마음의 허위에 가려졌던 내 가슴의 외침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추스리고, 남의 감정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능력의 뿌리에 해당한다. 좀 더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방정식의 해를 찾는 지능보다는 내 가슴의 소리, 남의 가슴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또 같이 공명할 줄 아는 지혜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덧> 참고로 책의 번역은 좀 매끄럽지 않다. 그리고 대중서의 기준에서 봤을 때는 좀 불필요하게 깊게 들어가는 면이 있다. 즉,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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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id 2010/09/24 13:31 # 답글

    아... 글 잘 읽었습니다. 적절한 예시까지, 글솜씨가 빼어나시네요.
    감성지능에 관심이 생겨서 대중적인 책이 없나 하고 찾아보는 중이랍니다...
    이 책은 음... 2군 정도에 포함시켜야겠군요.
  • 골드문트 2010/09/27 23:51 # 삭제

    덧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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